영화제 특징

Feature of SIAFF 2020

무엇이든 다 가능하고 어떤 것도 다 조종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인간의 오만함은 무한한 욕심으로 이어졌고 이 탐욕이 인류에게 지금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재난으로 돌아왔습니다. 어쩌면 이러한 인간의 무한 이기주의가 너무 만연하여 이미 자신이 자각할 수 없을 만큼 내성이 생겨버린 때였을지도 모릅니다.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, 물리적 거리 두기로 개개인이 떨어져 지내면서 평소 우리가 느끼지 못했지만 늘 우리 주위에 공기처럼 함께했던, 그러나 결코 거저 주어지지 않는 이웃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.

 

제17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의 키워드는 바로 ‘이음’입니다. 우리 모두는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습니다. 그 연결은 관계 맺음이기도 합니다. 인간의 오만과 탐욕으로 야기된 코로나바이러스로 파괴된 우리의 이어짐은 다시 서로가 서로를 돌아보고 사랑으로 배려해야 회복될 수 있습니다.

 

올해의 개막작은 톰 행크스가 열연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조연상 후보에 오른 <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, A beautiful day in the neighborhood>입니다.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어린이 TV 프로그램 진행자인 프레드 로져스 목사의 평생에 걸친 어린이 사역과 그의 철학이 잘 드러난,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추구하는 아가페(Agape) 가치와 정확히 일치하는 영화입니다. 또한, 상처받은 관계를 이어주며 회복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. 마찬가지로 올해의 폐막작은 2016년 제13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 개막작 <드롭박스>의 브라이언 아이비 감독의 신작 <엠마누엘, Emanuel>입니다. 2015년 미국 남부 흑인 커뮤니티 교회에서 발생한 인종 차별적 총격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. 법정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가해자를 용서하는 실제 장면은 숭고한 용서와 사랑 그 자체입니다.

 

올해의 주제어 ‘이음’ 특별전으로 폴란드의 거장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<데칼로그 Ⅳ 어느 아버지와 딸에 관한 이야기-네 부모를 공경하라>를 상영하고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강론이 이어집니다.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작품들 중 <첫사랑>과 <평화와 평온>이 국내 초연으로 상영됩니다. 올해 서울국제사랑영화제 상영 기간 이후에 필름포럼에서 <데칼로그> 시리즈의 정기 상영과 강론을 기대해 봅니다. 두 번째 특별전은 한반도의 이음을 생각해봅니다. 프랑스 감독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가 연출한 <백년의 기억>은 제3자의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으로 갈라진 남과 북의 역사를 조망한 작품으로 전국 예술영화관들이 모여서 처음으로 배급하는 작품입니다. 김량 감독의 <바다로 가자>는 실향민인 감독 본인의 아버지의 삶을 가족과 지인들을 통해 들여다본 작품으로, 한 개인의 역사가 민족의 역사로 이어지는 관계를 볼 수 있습니다.

 

코로나바이러스는 극장이 주는 시네마틱 경험(cinematic experience), 즉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같은 영화를 보며 공감하는 사건을 제한적으로 만들어 버렸지만, 서울국제사랑영화제는 이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회적, 물리적 거리 두기를 실천합니다. 개막식장을 비롯하여 필름포럼에서도 충분히 띄어 앉을 수 있게 좌석을 배치하고 관람객 수를 제한합니다. 상영 전과 후에 철저하게 방역합니다. 그래서 거리는 서로가 떨어져 있지만, 함께 영화 보며 감동할 수 있는 경험을 공유하고 이로써 마음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. 그리하여 전에는 느끼지 못한 작은 것의 소중함을 곁에 있는 이웃의 소중함을 함께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.